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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두아르도] 식스앤더시티 시즌2, Tottenhamiserable.
    LEAGUE NEWS/EUROPE 2013. 11. 25. 20:22

    토트넘 핫스퍼(이하 토트넘)가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EPL 1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이전 11경기에서 단 6골만을 내주는 수비력을 자랑했던 토트넘이기에 더욱 뼈아픈 패배다. 골 가뭄도 계속 이어져 3경기 째 무득점이다. 게다가 유로파리그 원정경기를 다녀오고 나면 또 하나의 큰 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절망의 서주, 13초만의 실점.

    예상보다 낮은 순위와 1점에 불과한 승점 차이로 인해 두 팀의 경기는 매우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에버튼이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사우스햄턴이 아스널에 0-2로 패배하면서 4위권 진입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각각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 경기가 있기 때문에 이 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점점 빡빡해질 일정에서 좋은 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토트넘에게는 연패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중요한 경기였다. 


    절망의 서주, 헤수스 나바스의 선제골 장면. (출처=www.dailymail.co.uk)


    이런 경기일수록 한 골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제골의 시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골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시간대에 터졌다. 단 13초. 그것도 실수에 의해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실점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위고 요리 골키퍼의 킥 미스가 원인이었다. 토트넘 수비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공을 가로채고 이어진 슛을 막아낸 것이 헤수스 나바스에게 연결되었고, 나바스의 킥이 바로 골로 연결되었다.  


    킥오프를 하자마자 다시 킥오프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일단은 토트넘 선수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맨시티 역사상 가장 빠른 득점으로 기록된 이 골은 토트넘에게는 절망의 서주가 되었다. 특히 토트넘이 뉴캐슬에 패할 때도 빌드업 과정에서의 실수가 실점 원인이었기에, 토트넘 원정팬들은 더욱 불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전반 34분, 비슷한 과정으로 실점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선발 라인업의 변화

    사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이하 AVB) 토트넘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공격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A매치 주간에 아데바요르를 솔다도의 짝으로 놓는 4-4-2 전술을 훈련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부상으로 인해 공격진 구성의 변화가 예측되기도 했다. 결국 AVB는 4-4-2 실험보다는 에릭 라멜라-루이스 홀트비-애런 레넌이 솔다도의 뒤를 받치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에릭센의 빈 자리를 홀트비가 대체할 것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으나 안드로스 타운젠트가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물론 A매치 두 경기를 모두 소화했던 타운젠트에게 휴식을 부여했을 수도 있고, 공격이 타운젠트의 돌파에만 의존한다는 문제점을 인식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오른쪽에만 치우친 돌파를 양쪽으로 분산시켜 맨시티의 측면을 공략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드필드에서는 무사 뎀벨레를 제외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는 세르히오 아게로의 무브먼트를가 맨시티 공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뎀벨레나 파울리뉴보다 수비력이 좋은 산드로를 포백 앞에 위치시켜 아게로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치리체슈가 부상으로 빠진 센터백 라인의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계산이 보였다. 


    토트넘 선발라인업. (출처=www.skysports.com)


    그러나 결국 이러한 선발 라인업 변화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피치 3/4 지점, 혹은 박스 근처까지 공을 끌고 올라간 상태에서 침투하는 움직임이나 창의적인 패스가 잘 나오지 못했다. 유로파 리그 경기에서 폭발적인 돌파로 두 골을 만들어냈던 라멜라는 그다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팀 플레이에도 아직 제대로 녹아든 것 같지도 않았고, EPL 무대에서 뛰기에는 피지컬적으로 준비가 덜 된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레넌의 돌파는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했으나 결국 공격 전개 시 타운젠트가 있었을 때와 별다른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었다면 타운젠트처럼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중거리슛을 난사하는 장면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미드필드 숫자싸움에서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야야 투레와 페르난지뉴 두 명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에 우위를 점하는 데 파울리뉴와 산드로 조합은 애초에 효과를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차라리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면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을 포기하고 중앙 미드필드를 셋으로 구성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도 못하는 공격, 문제는 빌드업.

    그러나 토트넘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도 수비에서 상대 진영으로 볼을 보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첫 번째 실점과 두 번째 실점이 골키퍼의 킥 미스에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맨시티는 토트넘 수비진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자기 진영에서는 지역방어 대형으로 뭉쳐 있고 최전방에서는 압박을 가하는 형태의 수비를 취했다. 반면 공격진과 수비진의 연결고리를 담당해 주어야 할 산드로와 파울리뉴는 공을 받으러 내려오려는 움직임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특히 파울리뉴의 부진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AVB의 전술 특성상, 산드로는 공격시에는 거의 스리백의 가운데 수비수와 같은 역할을 맡고 좌우 풀백은 상대 진영 깊숙히 올라가 있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파울리뉴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파울리뉴 혼자로는 야야 투레와 페르난지뉴가 구축하고 있는 맨시티의 중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토트넘 센터백들의 패스가 길어지고 방향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미드필드에서 썰고 들어가는 패스플레이보다는 저 멀리에서 침투하는 레넌을 향하는 롱 패스에 의존하는 빌드업이 공격작업의 주를 이루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일단 연결된 후에도 몇 차례 돌파 외에는 그다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간간이 역습이 시작되는 시점에 파울리뉴가 공을 소유하기는 했으나 이상하게 패스를 뿌리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역습 타이밍을 죽였다.


    이처럼 상대 수비진이 정돈된 후에 토트넘이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사실 최근 한 두 경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시즌은 물론, 심지어 지난 시즌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던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스캇 파커가 박스 근처까지 공을 운반해주기도 했으며 가레스 베일이 후방 깊숙히 내려와 패스를 뿌려주거나 직접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서는 베일처럼 프리롤을 맡은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으며, 돌파 역시 단순해졌다. 결국 '대체자들'이 베일에만 집중되었던 프리롤의 역할을 제대로 분산 수행해 주지 못하면서 공격 전개는커녕 시작조차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구심점의 부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전반전 실점 장면을 보면 운이라는 요소도 분명히 작용했다. 첫 번째 골과 두 번째 골은 요리 골키퍼가 쳐낸 공이 하필이면 상대 선수에게 떨어졌고, 특히 두 번째 골의 경우 카불에 맞고 나온 공이 하필이면 산드로에게 맞고 들어갔다. 산드로가 구토 증세를 보이는 장면도 있었고, 베르통헨의 경고도 태클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카드까지 나올만 한 장면은 아니었다. 문제는 불운 그 이후다. 이후로 토트넘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움직임 자체가 둔해졌다. 수비블럭도 뭔가 정돈되지 않은 채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었고, 불필요한 카드를 수집하는 장면도 있었다. 분명히, 정신적으로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다.


    이 대목에서 토트넘이라는 팀에 구심점이 과연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3-0이라는 스코어는 선수들이 따라잡기에는 힘들다고 인식하는 스코어라고 한다. 그러나 세 골 차이를 따라잡은 경기들도 꽤 많다는 것으로 봤을 때 꼭 그렇지도 않다. 특히 축구가 흐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정신적 무장상태와 그 구심점이 되는 어떤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리버풀 팬들을 비롯한 많은 축구팬이 역대급 명승부로 기억하는 이스탄불의 기적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TV로 지켜본 사람으로써 라커룸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후반전에 보여준 스티븐 제라드라는 선수의 존재감은 경기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큰 것이었다. 미켈 아르테타가 아직 에버튼에 있던 시절, 맨유를 상대로 후반 막판에 3골을 몰아치며 3-3 동점을 만들어낸 경기는 또 어떤가? 조니 에반스의 실수가 뼈아프긴 하지만 그 10분 동안 아르테타가 보여준 것은 솔직히 말하면 단순한 능력 그 이상이었다.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와 보자. 과연 토트넘에 팀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구심점이 존재하는가? 감독 AVB의 경우 이미 첼시에서 선수단 장악에 그리 능하지 않다는 것이 한 차례 입증되었다. 또 토트넘의 베스트일레븐을 보면 박힌 돌보다는 굴러들어온 돌이 더 많다. 특히 최근 두 시즌 동안 영입된 선수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대체로 젊은 편이다. 이 중에서 구심점이 될 만한 카리스마나 경험을 가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로베르토 솔다도는 본인의 골 침묵을 견디는 것도 어려워 보이며, 베르통헨은 전반 초반부터 이미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박힌 돌' 중에서도 유네스 카불은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후반전의 토트넘 선수들을 봤을 때 마이클 도슨도 라커룸에서 뭔가 화이팅을 외친 것 같지는 않다.


    토트넘 선수들의 표정들을 보라. (출처=www.dailymail.co.uk)


    그만큼 후반전의 토트넘은 맥이 빠진 모습이었다. 심지어 중계방송 해설위원은 '맨시티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네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럴수록 더 많이 뛰어주면서 온몸으로 파이팅해주는 선수가 한 명 정도 있을 법도 한데, 아무도 그런 의욕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AVB가 커리어의 황혼기를 불태우고 있는 저메인 데포를 기용하지 않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향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정을 앞두고 있는 토트넘의 팀 컨디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영입은 답이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 토트넘이 1월 영입 시장에서 누구를 영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꽤 흘러나온다. 제니트 쌍트 뻬쩨르부르크의 도메니코 크리시토, 세비야의 디에고 페로티, 산토스의 파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레이튼 오리엔트의 한 유망주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 페로티의 경우 이적에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누구를 영입하느냐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양 측면 풀백의 로테이션 멤버는 영입이 시급하긴 하다. 사실 토트넘의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진 것이 대니 로즈의 부상 이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일 워커는 거의 전 경기에 풀타임 출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연결되는 선수가 '또' 해외 선수라는 점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한다. 이번 시즌에 이적해 온 선수들이 대체로 아직 EPL의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피지컬적으로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시즌 연속해서 스쿼드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이는 팀의 전체적일 밸런스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가진 선수들만 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할 만한 스쿼드가 아니다.


    한 토트넘 올드 팬은 '수십년 간 응원하면서 요즘처럼 재미없는 경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얼굴을 감싸쥔 저 분은 아니다.

     (출처=www.dailymail.co.uk)


    Misery, Humiliation, Ashmaed, Slick attack 등등. 이 경기에 대해 영국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장식한 단어들이다. 이 날 경기에서 보여준 총체적 난국을 아주 잘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이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일정이 토트넘에 훨씬 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꽉 차 있던 고름이 터져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스쿼드의 질이나 감독의 역량으로 놓고 봤을 때, 여러 면에서 오늘보다는 내일이 기대되는 팀인 것도 사실이다. AVB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실망감과 당황스러움을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토트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요일에 펼쳐질 트롬쇠IL 과의 경기에서 반전을 꾀하고, 여세를 몰아 맨유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팀', 트롬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쉬운 일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많은 토트넘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어떤 팀을 만나도 승패에 관계없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그 패기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지난 시즌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한 명이 퇴장당한 상태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갔던, 그 정신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의 어려움을 토트넘이 어떻게 헤쳐나갈 지 지켜보는 것도 EPL의 또다른 재미가 될 지도 모른다.



    * 본 포스팅은 축구팬의 완소앱, [오늘의 해외축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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