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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두아르도] 축구가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 『풋볼멘』
    SPECIAL REPORT 2014. 3. 10. 01:21



    점심시간이면 흙바닥에서 공을 차며 교복을 더럽히던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축구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베컴은 내가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진 존재였다. 선수로서의 실력도 그랬지만, 잘 생긴 얼굴과 적당한 키, 엄청난 인기와 미모의 아내까지. 하지만 축구도 잘 못하고, 외모도 평범하며 키도 작은 내가 그와 교집합을 이룰 수 있었던 부분은 헤어스타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나마도 오래 가지 못했다. 베컴의 닭벼슬 머리를 따라하고 학교에 갔다가 한 선생님께 따귀를 대차게 얻어맞았던 것이다. '니가 연예인이냐, 3이냐?'라는 꾸지람은 보너스였다.

     

    그 선생님은 축구 선수 베컴을 잘 몰랐기에 '베컴머리' '연예인 머리'로 오해하셨겠지만, 오늘날 축구 스타들이 대체로 연예인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여신이 있듯이, 축구계에는 축구 영웅들이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급 승용차에 아름다운 애인을 태우는 그들은 우리 축구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심지어 주심을 향한 알렉스 퍼거슨의 한 마디는 말리에서 벌어진 학살극보다 더 중요한 뉴스로 취급되기도 한다세상에는 축구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축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한 축구 저널리스트가 새로운 책을 냈다바로 사이먼 쿠퍼의 책, 풋볼멘』이다.




    풋볼멘』, 사이먼 쿠퍼 저, 서지민 역, 2014, 풋볼리스트. (출처= footballist.co.kr)


    오늘날의 스타 선수들은 천문학적인 주급을 받으며 셀러브리티의 삶을 살고 있지만, 한 세기쯤 전을 살았던 이들의 대선배들은 단지 힘들게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도 '취미'를 즐기며 돈을 벌고 싶었던 노동자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볼튼 원더러스에서 뛰었던 냇 로프트하우스가 '나는 광산에서는 일을 했지만 축구를 하면서는 놀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공장이나 항만의 매뉴얼 워커(Mannual Worker)들이 축구 클럽이라는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면서 축구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마침 20세기 초의 노동자들은 글을 읽을 수 있었고, 평균 임금의 인상과 노동 시간의 단축에도 성공했다. 덕분에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신의 직장'을 얻은 축구 노동자들은 다른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 친구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토요일 오후를 지배하는 영웅이 되었다. 이들이 정말 영웅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스탠리 매튜스가 기사 작위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축구 스타들이 겪게 될 피곤한 운명의 시작이기도 하다. 마치 그라운드의 헤라클레스또는 테크니컬 존의 제갈량처럼 여겨지며 분석당하고, 사생활을 관음당하게 되는 것이다.


    풋볼멘』은 이 영웅들이 원래는 우리같은 '보통 사람'이었음을 상기하게 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에는 반신반인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위대한 선수의 일대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꽤 실망스러울 것이다.  언뜻 보면 촌스럽다는 생각도 드는 제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저자가 위인전을 쓸 생각이었다면 제목을 『풋볼멘』이 아니라 『풋볼 히어로』로 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동료 혹은 자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대표팀 선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토털풋볼의 창시자가 아니라 난생 처음 간 도시에서 택시기사에게 길을 안내하는 수다쟁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대놓고 까는' 것도 아니지만, 감동을 자아내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축구를 좋아한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감히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씨니컬한 어조 밑에서 축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은은하게 배어나기 때문이다. 구시렁구시렁 불만을 늘어놓다가도, 이상형이 누군데? 하면 '우리 마누라지.' 라고 할 것만 같다. 물론 '구시렁구시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저자의 어조는 논리적이고 세련됐지만 말이다.




    * 본 블로그는 축구팬의 완소앱, [오늘의 해외축구][오늘의 K리그] 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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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쓰는 남자, 더 풋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