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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수]EAFF 동아시안컵 한국vs일본 프리뷰
    CUP COMPETITION NEWS/KFA 2015. 8. 5. 17:21

    인간적으로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사람들, 주변에 꼭 있다.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일본이 그렇지 않을까. 경제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이 땅을 식민지로 삼아 자행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마그마처럼 끓는다. 잊을 만하면 독도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에 망언을 해 대는데다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는 '심히 유감스러운' 역사관을 갖고 있어 고운 정은 고사하고 미운 정도 주기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는 '혐한 감정'이 번지고 있다고 하고, 양국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아야 한다는 '극일 감정'이 치밀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덕분에 축구에서도 한일전은 언제나 뜨거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한일전은 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있었던 '도쿄 대첩'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사이타마 경기장에 운집한 일본 관중을 바라보며 박지성이 산책 세리머니를 했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일본도 한국에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98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 홈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도쿄 대첩의 복수를 했다. 2011년에는 3-0으로 한국을 누르며 '삿포로 참사'를 안겨줬다. '삿포로 참사'가 뼈아픈 것은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이 겪은 참혹한 실패의 발화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들끓기 시작한 '조광래 경질론'은 이후 월드컵 예선에서 레바논전 1-2 패배 이후 현실화됐고, 최강희 감독이 '시한부 감독'으로 국가대표팀을 떠안게 되었다. 내우외환으로 흔들리던 최강희 감독이 공언한 대로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을 맡게 되었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지난 해의 졸전과 절치부심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계기가 되었으니 '새옹지마'라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 벌어질 한일전은 지난 4년 동안 갈팡질팡했던 한국 축구가 과거를 끊어내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일본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2-4 참패를 안겼던 할릴호지치다. 게다가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언제나처럼 '극일'은 한일전의 지상과제지만 이번 한일전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다.

    이번 경기를 둘러싼 분위기를 풀어내다 보니 복잡해졌지만, 한국과 일본 양팀의 동아시안 컵 첫 경기를 복기해 보면 오늘 한일전을 시뮬레이팅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북한과 맞붙었던 일본부터 보자. 할릴호지치 감독 부임 이후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일본은 그간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면이 분명히 있었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일본은 강한 압박으로 북한 선수들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수비진도 탄탄해 보였다. 양 풀백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측면을 중심으로 파고 들어오는 북한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냈다. 중원에서 썰어 들어오는 플레이에도 대비가 잘 되어 있었다. 공격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패스 플레이가 이루어졌지만, 간간이 수비진에서 한 번에 넘어가는 롱패스로 측면 뒷공간을 노리기도 했다. 양 측면의 우사미 다카시와 나가이 겐스케는 종적인 플레이와 횡적인 플레이 모두에 능해 보였다. 선제골을 기록한 무토 유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했다.

     

    일본이 북한의 고공폭격에 무너진 만큼 김신욱의 기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 출처=isplus.joins.com(좌), 연합뉴스(우)>

     

    문제는 추가 득점과 제공권 장악 실패였다. 리명국 골키퍼가 선방쇼를 펼친데다 골 결정력 부재까지 이어졌다. 후반전에 시바사키 가쿠를 투입하긴 했지만 공격에 확실한 변화를 줄 만한 카드는 많아 보이지 않았다. 두들기다 지쳐가는 사이 공격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준 일본은 박현일의 투입 이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현일은 공중볼 경합은 물론, 연계플레이와 발재간도 좋아 보였다. 결국 박현일의 '발끝'에 동점골 어시스트를 내주고, 박현일의 '머리'에 역전골을 내주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체질 개선'의 방향은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지만, 고질적인 문제 역시 드러내며 무너진 셈이다.

    반면 한국은 동아시아의 '시끄러운 이웃' 중국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공한증'의 유효기간을 늘렸다. 간격 유지에 주안점을 둔 훈련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압박의 조직력은 물론, 프레싱을 들어가는 타이밍과 템포도 아주 좋았다. 이는 중국 선수들이 한국의 미드필드진에서 마음대로 공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두터운 압박을 피해 넘기는 롱패스에도 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초반에는 조금씩 엇나가던 공격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발이 맞아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오른쪽에서는 이재성이 파고들었고, 왼쪽에서는 홍철이 흔들었다. 첫번째 골 장면에서는 김승대의 '줄타기'가 돋보였다. 압박을 통한 볼 가로채기, 적절한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를 향한 패스, 쏠려 버린 수비진이 비워 둔 공간으로 침투한 두 번째 선수의 마무리가 돋보였던 두번째 골은 FC 바르셀로나의 MSN 트리오를 연상케 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선수들의 플레이를 충분히 관찰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과의 첫 궁합을 선보인 김신욱은 과거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용폭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이용재는 달릴 때의 자세가 다소 부자연스러워 몸이 약간 덜 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국와 일본 대표팀이 지난 경기에서 보인 모습을 종합해 보면, 우선 경기 초반에는 양 팀의 압박전이 상당히 치열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팀 모두 전반 초반부터 거세게 압박하여 주도권을 가져갔다.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이 압박전에서 이기는 팀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다. 그 다음은 측면 공간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약간의 변수가 생긴다. 양 팀 감독이 모두 선발진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피로를 호소하는 선수가 있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슈틸리케 감독도 이번 대표팀을 소집하며 "소집한 선수 모두를 테스트해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고, 중국전이 끝난 뒤로는 "내가 선수 모두를 믿는지 아닌지는 보면 알 것"이라는 말로 변화를 시사했다.

    한국의 경우 김신욱의 선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고공 폭격에는 약점을 드러냈다. 그런데 김신욱은 북한의 박현일보다도 체격조건이 더 좋다. 물론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이정협이 선발로 나올 수도 있고, J리거라는 점에서 이용재가 나올 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포스트플레이를 못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가장 특화된 선수가 김신욱인만큼 공격작업의 선이 굵어질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한편 일본은 1차전에서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무토 유키를 제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J리그 경기를 빠짐없이 소화해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것이다. 후반 들어 활동량이 상당히 떨어져 있던 야마구치 호타루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 얼굴을 드러낼 만한 선수로는 북한전에서 후반 투입된 시바사키 가쿠나 고로키 신조가 유력하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스타일의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관철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한일전은 초반 압박전 이후에는 평소처럼 힘과 기술의 대결로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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