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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수]엔트'으리' 논란-넷심이여, '진짜 원칙'을 보자.
    CUP COMPETITION NEWS/KFA 2014. 5. 12. 00:29

    2014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를 발표하는 홍명보 감독. (출처=www.kfa.or.kr)



     지난 5월 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었다. 이후 언제나처럼 '넷심' 사이에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화제를 모은 CF와 결합된 '홍명보의 엔트으리'라는 패러디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는 런던 올림픽 대표팀 멤버들을 중심으로 엔트리가 구성되기는 했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기대 안되는 월드컵은 처음'일 정도로 문제가 되는 '인맥 축구'일까. 게다가 그 갑론을박 사이에는 다소 원색적인 단어까지 등장하며 양분되는 양상까지 보여 상당히 우려스럽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 논란의 중심은 홍명보 감독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홍 감독 스스로 '소속팀에서의 활약 여부'라는 원칙을 깨고 '인맥 축구를 한다.'는 것이 비난 여론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서 틀리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논리이기는 하다. 현재 엔트리에 합류되어 있는 선수 중에서 그 원칙에 맞지 않는 선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내세운 원칙에 얽매여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승패가 전제이다. 특히 축구는 골로 말하는 스포츠이다. 그렇다면 축구 팀이 보아야 할 가장 본질적인 목표와 원칙은 승리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추구하고 있는 절대적인 제1 원칙이 무엇인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홍명보의 진짜 원칙.

    2013년 6월, 취임 기자회견 당시의 홍명보 감독.(출처=www.kfa.or.kr)


     '저희 풋블러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엔트리 논란을 보겠습니다.' 손석희 앵커를 한 번 따라해 봤다. 그래서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찾아 보는 것이었다. 편집되어 있는 동영상이기는 했지만, KFA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홍명보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온 대답을 적겠다. 당시는 대표팀 내 불화설과 기성용 선수의 SNS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였다. 당연히 불화설이나 구심점에 관련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질문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대답이다. 그 대답의 앞부분은 내용상 생략하겠다. (원하시는 분은 KFA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시면 된다.)

     (상략)...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팀'이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한 선수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간다면, 뭐 좋을 수 있죠. 예를 들면 주장이나 베테랑 선수가 될 수도 있고. 저는 한 명의 주장보다는 23명의 주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는 2014년 저희 팀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 이것이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아마 대표팀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저는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입니다.
     
     여기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의 절대 원칙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 여부는 당연히 중요하다. 현재 몸담고 있는 클럽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어떤 컨디션과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지 등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해당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지침이 된다. 그런데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는 '절대 원칙'을 위해, 소속팀에서의 활약 여부를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원칙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3년 동안 거의 뛰지 못하다시피 한 선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 반론에 대한 힌트도 홍명보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 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아컵 대회를 앞둔 상태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역시 동아시아컵에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한 번 보자. (마찬가지로 내용상 답변에서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역시 KFA 홈페이지 기자회견 동영상을 찾아 보시면 된다.)

     (상략)...저는 지금도 포지션별로 여러분들 앞에서 30명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저는 지금 우리 선수들의 지금의 경기력만 확인한다고 하면 선수 구성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구요....(하략)

     이어지는 질문에서도 홍 감독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다음 질문은 '월드컵 준비 기간 1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였다. 여기서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상략)...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제 머릿속에만 있지 구체적으로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리면서 이 팀을 만들어 가야 할 과정에 대해서는 7~80%는 생각하고 있습니다....(하략)

     홍명보 감독은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선수들을 기용해 보았다. 그 중에 한 번이라도 홍 감독 그 자신이 '여론에 떠밀려' 잘 하는 선수를 기용해 본 적이 있었나 되짚어 보자. 더 긴 설명은 전임 감독들을 폄하하는 논리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만 취임 기자회견에서의 홍명보 감독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최소한 스케치는 분명하게 그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게 없었다면, 만만치 않게 시끌시끌했던 당시 분위기에서 또 다른 비난 여론이 일었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처음 구상에 런던 올림픽 멤버가 있었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30명 안에 드는 선수 중에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없다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연속성의 문제.


    동메달을 확정한 후 기뻐하는 올림픽 대표 선수들. (출처=www.kfa.or.kr)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었다면, '그럼 결국 홍명보의 아이들이 구상에 있었네. 인맥 축구 맞잖아?'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한국 축구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항상 제기되었던 의문 중 하나가 '청소년 대표팀 때는 잘 하는데, 왜 A 대표팀에서는 못하느냐?'였다. 이 문제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겠으나, 핵심은 소위 '골든 제너레이션'이라는 한 세대의 연속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발을 맞춰 온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존재'는 우리 축구팬들이 지속적으로 원해 왔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 엔트리에 런던 올림픽 멤버들이 다수 포함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인가? 팬과 언론이 '홍명보의 아이들'이라는 별명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멤버들이 긴 준비 기간을 거쳐 한 감독의 연속성 있는 지도를 받으며 사상 최고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제 와서 객관적인 체 하지 말자. 홍명보 감독이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며 비난하려다 외려 자신이 갇혀 버리는 오류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또 다른 힌트-『공간과 압박』

     홍명보 감독의 축구가 2012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들만 뽑는 '인맥 축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증거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2012년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방영된 『공간과 압박』이 그것이다. 한 시간이 조금 안되는 길이이고,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찾아보셔도 된다.
    해당 영상물을 보면, 당시 A 대표팀에 갔다 왔던 선수들과 올림픽 대표에 남아 있었던 선수들 사이에 약간 좋지 못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고민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라, 불화설 진짜네?' 하면서 득달같이 달려들라고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다. 홍 감독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이미 절대 원칙, '팀 스피릿'을 저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경험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인맥이 존재한다면, 이는 '국가대표팀게 갔다, 못 갔다'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 홍명보 감독은 선수생활 이후로 커리어에서 가장 큰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불길에 기름통 지고 들어갈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무리 봐도 홍명보 감독이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불화설 루머와 SNS 논란이 한창일 때 그것을 단호히 수습하고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은 사람이다. 아마 더 큰 불화를 자초할 일 자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한 마디가 마침 『공간과 압박』에 나온다. 훈련장에서 선수들 몇 명을 불러모아 놓고 하는 홍 감독 자신의 말이다.


    『공간과 압박』 캡처. 이 장면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절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 팀에 못 들어와. 그런 사람은 안 써.


     엔트'으리', '인맥 축구' 논란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한다. "스펙은 얼굴 안 되고 인맥 없는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대학교 취업 강의에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또 우리는 파벌 싸움으로 인해 국적을 바꾸어야만 했던 한 쇼트트랙 선수를 알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부천 곽경근 전 감독의 클럽 사유화 논란을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최근에는 세월 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병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을 안타까움과 답답함 속에 지켜보아야만 했다.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때인지 싶다.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 짜자고 국민투표 할 일 있나?

     이번 엔트리에 대해 워낙 비난 여론이 거세다 보니, 여러 기자들과 축구 전문가들도 이와 관련된 칼럼을 썼다. 그 중에 상당히 공감하는 의견이 있어, 그대로 인용함으로 글을 맺을까 한다. (서형욱 해설위원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인용 부분은 삭제하겠습니다.)

     이번 우리 대표팀 논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한 조직의 '리더'가 하는 말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구나 싶었거든요. 모든 걸 다 믿는 것이야말로 순진하고 어리숙한 태도일지 모르지만, '진심'에 대한 신뢰가 이토록 흔들리는 것은 참 슬픈 일이 아닌가 합니다.
    -5월 11일, 네이버 스포츠, [서형욱의 월드컵 주간 문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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