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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EAFF동아시안컵 한국vs중국 프리뷰CUP COMPETITION NEWS/KFA 2015. 8. 2. 17:16
오랫동안 중국 남자축구 대표팀과의 대결은 패배보다는 부상을 걱정해야 하는 경기였다. 중국 남자축구는 황선홍과 지브릴 시세를 쓰러뜨린 ‘살인 태클’의 대명사였다. ‘을용타’는 비신사적인 행위였음에도 시원한 사이다 같은 장면이었다. ‘공한증(恐韓症)’은 중국에서는 한국 축구에 대한 열등감이었고, 반대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축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었다. 적어도 2010년까지는 그랬다. 0-3으로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기 전까지는.
을용타. 중국 축구를 비아냥거릴 때 항상 거론되던 장면이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기도 했다.
솔직히 맞을 만했다.<출처=구글>이후 5년 동안은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이 판이 크게 달라졌다. 중국 축구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에서 K리그 팀들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들의 목록에는 중국 팀들이 올라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의 어마어마한 자본력이다. ‘황사머니’의 위력은 과거의 살인 태클보다 무섭게 한국 축구를 덮치고 있다. K리그의 스타 선수들은 이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K리그는 중국 슈퍼리그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쩌면 ‘공한증’은 옛말이 되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공한증’이라는 말의 유효 기간을 가늠하게 될 경기가 오늘 중국 우한(武漢)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다. 한국과 중국의 EAFF 동아시안컵 남자축구 경기다. 알렌 페렝 감독의 지도 하에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중국 국가대표팀은 자신감에 차 있다. 무엇보다도 홈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스쿼드도 정예 멤버로 추렸다. 중국 슈퍼리그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수가 7명이나 뽑혔다. 조직력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을 수 차례 꺾었고, 우승도 차지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 대표팀은 K리그 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FIFA 주관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소집하지 못한 탓이다. 한국 입장에서야 국내파와 J리거 중심으로 플랜B를 가려 볼 기회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몇 번 붙어서 이겨 봤던 선수들이다. 페렝 감독은 ‘이길 가능성은 50% 정도’라며 속내를 숨겼지만 ‘선수들이 딱히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국가대표팀은 지난 2010년의 패배를 앙갚음할 기회다. 중국의 성장세와 홈 어드밴티지가 부담스럽지만 이긴다면 한 번의 패배 정도야 실수로 칠 수 있다. 중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어 상대할 선수들도 어느 정도 파악되어 있다. ‘지중파(知中派)’인 셈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의 자리에 들어온 대표팀 새내기들도 의지가 충만하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을 펼치면 슈틸리케 호에 꾸준히 승선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충분한 셈이다.
이번 대표팀은 소집된 이후 ‘간격 유지’와 ‘세트피스’를 집중적으로 훈련해 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콘으로 위치를 일일이 지정해 주며 대형을 다듬었다. 세트피스는 지난 6월 평가전과 월드컵 지역예선전을 통해 어느 정도 모의고사를 치러 둔 상태다. 이번 대회에서는 ‘결과’가 필요한 만큼 더욱 가다듬어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트피스 수비에서는 지역방어가 조금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드디어 슈틸리케 감독에게 선택받은 김신욱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무기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 김신욱이 출전할 때면 그의 머리를 겨냥하는 패스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소집 기간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개별 훈련을 시키는 등 김신욱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슈틸리케와 김신욱의 궁합을 기대해 볼 만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경기 외적인 부분이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우한의 기후는 아열대성 기후로 여름이면 ‘중국의 3대 아궁이’로 불릴 만큼 덥다. 어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여자축구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후반 초반부터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무더운 날씨가 체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작은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더위가 양 팀 선수들에게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수’라면, 홈 어드밴티지는 한국 선수들에게 부담스러운 변수다. 우한은 중국 중부에서도 최대 도시이다. 인구가 거의 천만에 이른다. 어제 여자축구 경기에도 1만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보다 인지도가 높은 남자축구 경기라면 더 많은 홈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분위기에 압도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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