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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코파 아메리카 4강전 프리뷰: 칠레-페루CUP COMPETITION NEWS/INTERNATIONAL 2015. 6. 30. 00:04
연일 화제를 낳고있는 코파 아메리카가 4강전과 함께 내일 재개된다. 첫 매치업은 칠레와 페루가 맞붙는다.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을 거치며 어느 정도 ‘강팀’으로 각인된 칠레는 개최국으로서 남미 정상을 노리고 있다. 칠레에 비해 전력이 다소 처지는 페루는 8강전에서 유일하게 두 골 이상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입국이 적은 데다 축구와 국가 정체성이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들이 100년 가까이 지지고 볶다 보니 참가국 사이에 ‘묵은 감정’이 꽤 많다. 칠레와 페루도 마찬가지. 벼르는 쪽은 페루다. 페루는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남미 지역예선에서 골득실에 밀려 칠레에게 월드컵 티켓을 내준 바 있다. 이후로 페루에게 세계 무대는 먼 산이었다. 파올로 게레로, 제퍼슨 파르판, 클라우디오 피사로 등의 유럽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 외에는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한편 개최국 칠레는 이제 갈증을 풀 때가 됐다. 두 차례의 월드컵을 거치며 축구팬들의 뇌리에 그 이름을 각인시킨 칠레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아공에서 패기를 보여주며 대지진의 아픔을 씻어내린 젊은 선수들은 이후 유럽 각지에서 활약하며 경험치를 축적했다. 게다가 지난 해 브라질에서 칠레 대표팀이 보인 퍼포먼스는 칠레가 이제 다크호스가 아니라 남미 정상권의 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우승컵을 차지할 일만 남았다.
칠레: 사고뭉치 안방마님의 첫 우승 도전기
우승으로 ‘대동단결’하여 ‘심기일전’해도 모자란 상황에 선수들은 사고를 치고 있다. 대회 초반 아르투로 비달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더니, 곤살로 하라는 경기 중에 카바니에게 ‘똥침’을 놓으며 구설수에 올랐다. 심지어 하라는 카바니의 아버지에 대해 모욕적인 언행까지 내뱉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위아래로’ 공격을 가한 셈. 결국 세 경기의 출전 금지 징계를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호르헤 삼파올리 칠레 감독은 하라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으나, 선택지가 많은 편은 아니다.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대체 자원은 호르헤 로하스다. 미코 알보르노스나 프란시스코 실바가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다. 칠레의 수비진은 전체적으로 신장에서 우위를 가져가기는 힘든 선수들이다. 반면 게레로와 피사로의 키는 180대 중반. 두 선수 모두 힘과 높이,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 게레로는 볼리비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해 자신감에 차 있을 것이고, 피사로는 서른 여섯의 나이에도 단단한 체격과 세련된 터치로 칠레 수비를 괴롭힐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두 공격수에게 크로스가 배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칠레 선수들이 지금껏 보인 패기 넘치는 압박이 해답이다. 제퍼슨 파르판, 후안 바르가스 등이 측면에서 고립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 우루과이 전에서 알렉시스 산체스와 비달이 부진했던 점은 또 하나의 불안요소다. 특히 비달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뛰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피로가 누적되었을 수 있다. 물론 3골로 팀 내 최다골이지만, 대회 초반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구설에 올라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을 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칠레가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는 호르헤 발디비아다. 8강전에서 마우리시오 이슬라의 결승골을 도운 것은 물론, 경기 내내 정확한 패스와 조율 능력을 보였다. 페루가 자신감에 차 있다 하더라도 전력 상 우위는 칠레다. 그 중심을 발디비아가 잡아 준다면 충분히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페루: 40년 만의 우승을 위하여
페루의 전력이 칠레에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무시할 전력은 아니다. 4강에 진출한 4개 팀 중에서 ‘다득점’에 성공한 유일한 팀이 페루다. 상대가 8강 중 전력이 가장 약한 볼리비아였지만 말이다. 역대 성적을 놓고 보더라도 만만치 않다. 우승 경험이 두 차례 있다. 물론 마지막 우승이 1975년이니 40년이나 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4강에 진출한 데다 지난 대회에서는 3위에 올랐다. 볼리비아 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게레로는 지난 대회 득점왕이다.
볼리비아 전 득점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역습이 인상적이다. 게레로와 피사로의 건재함은 물론, 측면 자원도 꽤 날카롭다. 파르판과 크리스티안 쿠에바, 사이드백 바르가스와 루이스 아빈쿨라가 양익에서 흔들어 준다. 가뜩이나 키가 작은 데다 하라의 공백까지 메워야 하는 칠레 수비진 입장에서는 적잖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볼리비아에 비하면 칠레는 미드필드가 더 두텁다. 압박도 훨씬 적극적이고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템포도 상당히 빠르다. 8강전에서처럼 역습으로 전개하거나 빌드업을 해 나가기에는 어려운 상대라는 것. 게다가 꽉 들어찬 홈 팬들은 경기 외적인 부담 요소다. 경기 장소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다. 지난 해 월드컵에서 피파의 어처구니 없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무반주 국가 떼창'을 선보인 칠레 팬들을 상기하면, 페루는 칠레라는 국가 '전체'를 상대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러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경기장의 이름도 '나시오날'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홈 팬들의 극성에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칠레가 될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역습과 역습, 압박과 압박이 교차하는 빠른 템포의 경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인텐시티와 정확도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참가국 선수들의 체력 문제로 90분 내로 승부를 내지 못하면 바로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현 대회 규정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의 최근 성적을 감안하면 칠레가 약간 우위를 점하지만 페루의 예봉도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다음 날 펼쳐지는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경기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칠레는 페루의 패기를 누르고 결승전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페루는 '진짜 원정' 경기에서 기죽지 않고 화력을 내뿜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내일 오전 8시 30분, SBS 스포츠에서 배성재 캐스터의 시원한 목소리와 박문성 해설위원의 해설과 함께 확인하시면 되겠다. 물론, 출근 후 상사 몰래 볼 생각이거나 침대를 벗어나기 귀찮다면 네이버나 아프리카를 이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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