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에두아르도] 2013년의 처음과 끝을 물들이는 승부조작 스캔들.
    SPECIAL REPORT 2013. 12. 14. 21:23

    올해 초, 세계 축구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상 최대 규모의 승부조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지난 2, 유로폴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유로폴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30개국 680건의 축구 경기를 대상으로 승부조작을 저지른 범죄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웨인라이트 유로폴 국장의 발언에 따르면, 그 중에는 월드컵 지역 예선과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승부를 조작한 범죄조직은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이에 연루된 선수, 심판, 클럽 관계자는 총 425명에 달했다. 승부조작으로 해당 조직이 챙긴 불법 이득은 약 800만 유로로 추정되었으며, 선수와 심판 매수에 사용된 금액은 200만 유로로 알려졌다.

     

    유로폴 국장 로버트 웨인라이트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출처=www.thegauardian.com)

     

    이렇게 세계 축구계는 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사건이라는 소식으로 2013년 한 해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2013년의 마지막을 향하고, 이제 승부조작이라는 단어는 축구팬의 기억에서 어느 정도 희석되어 가는 듯 했다. 그런데 또 승부조작 사건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영국이었다. 지난 11 28,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잉글랜드 하위 축구리그의 승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6명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12 5일에는 두 명이 추가로 체포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2 9일에는 승부조작으로 체포된 6명 중 한 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뛰었던 선수인 DJ 캠벨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된 DJ 캠벨. (출처=www.bbc.co.uk)

     

    승부조작이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규모도 상상 이상이었지만, 전 국가대표 선수도 가담되어 있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날 달에는 몇몇 유명인들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구소련 지역을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의 축구팬들은 더 이상 경기 결과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국에서의 이번 사건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 앨런 시어러가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승부조작, 새로운 현상인가?

     

    『럭키 넘버 슬레븐』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조시 하트넷이 킬러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갱단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복수극은 경마 도박에서의 승부 조작에 조시 하트넷의 아버지가 우연히 끼어들어 죽게 된 데서 시작된 것이다. (스포일러 죄송....)


    영화 『럭키 넘버 슬레븐』 영화 홍보 아님. 진짜 아님. 근데 재밌음.


    이처럼 스포츠에서 승부 조작이나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경기의 공정성은 상당히 중요했다. 고대 올림피아 제전 경기장 주변의 신상들은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와 코치들이 돈을 모아 세운 것인데, 그 목적 중에는 부정행위 적발도 있다. 이렇게 보면 스포츠에서 승부 조작과 같은 부패의 역사는 최소한 28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셈이다.

     

    사실 스포츠에서 내기라는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스포츠(sports)라는 단어는 놀이, 오락을 의미하는 중세 영어 ‘sporte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에는 행정 구조가 고도화 되어 있고 경제적 가치가 몰려 있지만, 사실 스포츠라는 것은 전통적 여흥이 근대 들어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오락거리의 대표적인 것이 투견 혹은 투계다. 판돈으로 무엇이 걸렸든 간에 여기서 투전판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 노리고 작당모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2006년 칼치오폴리 사건의 주범 루치아노 모지. (출처=news.softpedia.com)


    그렇게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대표적 사건으로 2006년 이탈리아의 칼치오폴리 사건을 들 수 있다. 주로 심판을 매수하는 수법으로 진행된 이 사건은 유벤투스의 우승 취소 및 승점삭감, 그리고 강등으로까지 이어졌으며 같은 혐의로 라치오, 피오렌티나 등이 승점이 삭감된 채로 차기 시즌에 임해야 했다. 같은 해 초에는 중국 축구에서도 승부조작으로 58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그 해 말에는 싱가포르에서 14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에 승부조작 논란이 재점화된 영국으로 가 보자. 1915년에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기에서 승부조작 혐의로 7명이 징계를 받았다. 1964년에는 셰필드 웬즈데이와 입스위치의 경기에서 8명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다는 것은 사실 승부조작이 그리 새로운 이슈는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만큼 뿌리뽑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스포츠 베팅 산업의 현재.


    스포츠 도박산업은 연 7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 정도의 가치를 지닌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약 70%가 축구 경기에 대한 베팅이다. 단순히 경기 결과에만 베팅하지 않는다. 선제골과 결승골, 스코어, 전반 종료 스코어, 양팀 합산 , 퇴장 및 해트트릭 여부, 페널티 킥이나 코너킥 횟수 등에 돈을 걸 수 있. 몇몇 업체는 주요 경기 내용의 구체적인 시간까지 베팅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축구 도박 시장은 1998월드컵과 유로 2000 전후하여 처음 등장한 이래 급속히 커지고 있다위성 TV 채널이 많아지고 실황 중계 범위가 더 넓어지면서, 온라인 베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및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온라인 베팅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돈을 걸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경기 흐름의 변동에 따라 누가 다음 골을 넣을 것인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그늘에서 자라는 독버섯.


    스포츠 베팅 산업의 성장과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도 계속해서 몸뚱이를 키워가고 있다. '합법적인' 도박업체들은 대체로 자체 모니터링도 병행하고 있다. BBC의 한 기사에 소개된 '스포트레이더'라는 회사는 매년 전 세계 350 여 베팅 업체에서 진행하는 약 5만 5천 경기의 베팅을 모니터링한다고 한다. 이 중 승부조작으로 의심되는 사례의 비중은 약 1%를 차지한다고 한다. 수치상으로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매년 500건 이상의 승부조작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대로, 불법 온라인 스포츠 도박은 주로 범죄조직과 연계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가 그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스포츠 도박 산업의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월 유로폴의 발표에 따르면 최대 12만 1천 파운드의 판돈이 걸린 경기도 있다.


    게다가 그 수법이 점차 네트워크화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2~30명의 브로커들이 전 세계로 퍼진. 이 우선 지역 범죄 조직과 접촉하여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 심판, 또는 구단 직원들과의 연줄을 만든. 이렇게 승부조작에 가담할 사람들을 물색한 후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작할 것인지를 모의한다. 특히 페널티킥 유도나 자책골, 골키핑 실수 등 우발적인 것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핵심이 된다. 


    나이지리아 국가대표 수비수로 뛰기도 했던 샘 소제. 그는 '태클을 아무리 거칠게 해도 경고를 받지 않아 사타구니를 걷어차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반칙으로 레드 카드를 받은 소제는 그 댓가로 7만 파운드를 받았다.

    (출처=www.bbc.co.uk)


    이렇게 해서 세계에 걸쳐 뻗쳐 있는 비리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제 이 네트워크는 점차 유럽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그 시작점은 구소련 지역을 포함한 동구권 국가들이었지만, 독일,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지에서도 적발되었다. 지난 해 여름에는 노르웨이 3부 리그에서 처음으로 승부조작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올 초 유로폴의 발표가 있었을 때만 해도 영국은 비교적 안전지대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되어 왔으나, 최근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이 포함된 승부 조작 가담 선수들이 줄줄이 적발되었다.


    이처럼 불법 온라인 축구 도박과 연계된 승부조작은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 세계 축구계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승부조작을 막기 위한 노력


    승부조작은 축구의 본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점차 수법이 조직화되고 또 음성화되면서 승부조작을 뿌리뽑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순히 선수나 심판 등 관계자들의 양심에만 맡길 수도 없는 일이다.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제도적 대책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The Fix』의 저자 데클란 힐은 BBC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관련 상담기관을 수립하고, 선수들의 계약서에 그들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중독 행위에 도움을 방법을 찾도록 하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감시 인력 투입 및 익명 제보가 가능한 라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FIFpro에서 진행하는 Don't Fix It 프로젝트 관련 홈페이지 캡쳐. (출처=www.fifpro.org)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FIFA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는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이미 FIFA에서는 지난 2011년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승부조작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인터폴은 전 세계에서 2,300여 건의 단속을 시행했으며,  이를 통해 현금 2,700만 달러를 압수하기도 했다. 올해 초 유로폴의 발표 역시 약 1년 6개월에 걸친 수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 5월에는 UEFA 회장 미셸 플라티니가 승부조작 문제와 더불어 훌리거니즘과 도핑 문제를 다룰 '스포츠 경찰 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FIFpro(국제 축구선수 협회, 이하 FIFpro)에서는 지난 해부터 'Don't Fix It'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2012년 2월, 클린스포츠 통합 콜센터를 설립하여 민간인 모니터링단 및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KFA 등 각종 기관에 대한 '승부조작 등 불법행위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KFA 역시 교육 프로그램에 불법행위에 대한 내용도 삽입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클린센터 운영 및 선수·구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지만 결국 '같은 놈들끼리 밥그릇 싸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문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밥그릇을 채우는 데 축구가 이용되었다면 당연히, 팬들의 마음은 떠나가게 될 것이다. 팬이 없다면, 축구도 없다.


    게다가 승부조작은 축구 본연의 매력을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상투적인 표현이 되어 버린 느낌이 있지만, 축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축구는 불확실성이 더욱 매력으로 다가오는 스포츠이다. 특정 포지션 혹은 상황이 아닌 이상 손의 사용을 배제함으로써 정확한 컨트롤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진델라르나 메시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딱히 유리하거나 불리한 신체 조건도 없다. 경기장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축구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피치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에 일희일비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순간, '골'을 염원한다. 홈 팀이 골을 넣기라도 한다면, 그것이 결승골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후반 인저리타임이라면 더더욱 홈 관중은 일제히 오르가즘을 느낀다. 이것이 축구다. 승부조작이라는 악마가 이러한 매력을 앗아가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승부조작으로 시작해서 승부조작으로 끝나는 것은 올 한해로 끝나길 빌 뿐이다.



    * 본 포스팅은 축구팬의 완소앱, [오늘의 해외축구]와 함께합니다.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iOS)

    구글 PLAY 다운로드 (안드로이드)




    댓글

축구를 쓰는 남자, 더 풋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