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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 역사와 문화 간의 거대한 충돌.SPECIAL REPORT 2013. 10. 10. 21:25
더비 경기(Derby Match) 또는 로컬 더비(Local Derby)는 스포츠에서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하는 단어이다. 영국 잉글랜드 더비셔 주의 도시 더비에서 유래하였으며, 특히 축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다.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들 사이의 경기에서만 사용했지만, 이후 ‘치열한 라이벌 관계’ 를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그 결과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 사이의 관계를 가리키는 내셔널 더비(National Derby)라는 것도 생기게 되었다. 지역감정, 종교 간의 갈등, 국가 간의 정치, 역사, 문화적 갈등은 전세계에 걸쳐 많은 더비 경기들을 탄생시켰다.
더비의 원조인 더비 카운티
더비의 원조는 잉글랜드 더비 카운티를 홈으로 사용하는 두 구단의 경기라 할 수 있다. 연고지가 같은 구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더비라고 하고, 이 의미가 확대되어 ‘경쟁’ 이라는 의미를 가진 보통 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예컨대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다투는 선수들 사이에 ‘현재 홈런 더비 1위인…’와 같은 표현도 더비의 의미가 확대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의 더비는 대개의 경우 라이벌 의식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영국의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사이에는 강력한 라이벌 의식이 형성되어 있지만, 아스날과 리버풀의 경기를 더비 매치라고 하지는 않는다.
붉은 전쟁
산업혁명 이후 자신의 고향을 떠난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이 있는 곳에 집단적으로 거주하게 된다. 축구는 이들에게 일종의 연고의식을 심어주기에 매우 적합한 스포츠였다. 축구는 가장 단순한 도구를 필요로 하는(공만 있으면 된다) 집단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의 친목 도모 등을 위해서 널리 활용되었다. 또한 비교적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스포츠였기 때문에 타국에서 이주한 노동자들도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출연금으로 세워진 클럽, 유벤투스와 AC밀란
이것이 발전하여 노동자들의 출연금으로 하나 둘 씩 지역을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들이 형성된다. 전통있기로 유명한 클럽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되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미들스브로, 아스날 같은 클럽이 전형적이라 할 수 있고,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유벤투스, AC 밀란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축구 클럽을 노동자들이 통제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은 매우 열렬한 서포터들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클럽의 운영에도 개입하게 된다.
이 양반이! (밀란 더비)
한편 각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는 초기의 클럽들에 대항하여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새로운 클럽들이 창단되기도 한다. 스페인을 비롯한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찾아볼 수 있는데, 맨체스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조금 늦게 창단된 맨체스터 시티, 바르셀로나에서 FC 바르셀로나보다 다소 늦게 창단된 에스파뇰 등이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구단들은 때로는 단순한 다른 팀의 창단인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 동기를 통해 라이벌 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머지사이드 더비라고 불리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더비도 이런 성격을 갖고 있고, 이런 성격을 갖춘 가장 대표적인 더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두 구단인 리베르 플라테와 보카 후니오르스의 클래식 더비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놔 봐! 놔 봐! (엘 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클래식 더비와 이름이 같은 이 더비는 매년 폭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격렬하기로 유명하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후에 살펴볼 클래식 더비의 두 당사자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연고지가 다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 ‘더비’가 아니다. 연고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스티야와 카탈루냐의 역사적 관계 때문에 이 구단 사이에는 완벽한 라이벌 의식이 형성되어 있다.
아 뭐! 아 뭐!!! (올드펌, 글라스고 더비)
만일 어떤 이가 더비 매치의 형성 배경을 근거로 하여 이 두 구단의 경기가 더비 매치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종교가 원인이 되어 더비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스코틀랜드 지역의 셀틱과 레인저스의 글라스고 더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가톨릭과 신교를 종교로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에 따라 완벽하게 응원하는 구단이 갈라진다. 별 다른 동기가 없는 데도 더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레인저스가 파산, 4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더이상 볼 수는 없지만 세계 3대 더비 중 하나였을만큼 치열했다.
아주 치열하기로 이름 높은 아스날과 토튼햄의 북런던 더비는 사실 특별한 동기는 없다. 미래를 보고 각별히 키우며 서포터들의 사랑을 받던 토튼햄 선수들은 성적이 좋고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는 아스날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는데, 이것이 북런던 더비를 더욱 격렬하게 만든다. 예컨대 토튼햄의 주장이었으며 현재 영국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솔 캠벨의 경우, 토튼햄이 단 한 푼의 이적료도 받지 못하고 아스날로 자유이적을 했는데, 이 이후 캠벨은 토튼햄의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볼을 잡을 때마다 매우 심한 야유를 받았다.
에헤이 왜 이래. (북런던 더비)
이런 더비 매치는 단순히 구단의 흥행 수입원이기만 하지는 않다. 이것은 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방식이기도 하며, 어떤 구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서포터라는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대리전 양상을 띠는 축구 경기를 보면서 심리적 일체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풍부한 더비 매치를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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