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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수]2013/2014 UCL 결승전, 그 승부처.
    CUP COMPETITION NEWS/UEFA 2014. 5. 25. 20:26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사상 최초로 같은 연고지 팀끼리 맞붙는 결승전이었다. 결승에 오른 어느 팀인들 사연이 없겠느냐만, 양 팀 모두 크나큰 동기부여가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올해 타계한 루이스 아라조네스를 추억했다. 아틀레티코는 40년 만에 유럽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것이었고, 40년 전 바로 그 때 아라조네스가 뛰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결승전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두고 치른 재경기에서 0-4로 대패했기에, 이번 재도전은 아틀레티에게 더욱 값진 것이었을 터다. 레알 마드리드는 숙원, '라 데시마'를 노렸다. 벌써 열 두 해가 흘렀다. 그 동안 지네딘 지단은 이제 수트를 빼입고 벤치에 앉을 나이가 되었고, 수많은 감독과 선수들이 레알을 거쳐갔다. 경기 시작 전, 배우들이 만들어 낸 양 팀의 엠블럼은 햇수에 관계없이 오랜 기다림으로 리스본까지 항해해 온 두 팀을 기념하는 듯 했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셨을테니 본 리뷰에서는 무거운 분석 대신 승부처만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승부처1-디에구 코스타와 후안프란.


    들을 때마다 사람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챔스 시그널 송이 울려퍼지면서 카메라가 양 팀 선수들을 쭉 잡아주는 동안, 디에구 코스타의 얼굴이 보였다. 다소 의외였다. 지난 주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코스타다. 활약해 준다면 모를까, 부상이 재발하기라도 한다면 패착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결국 모험은 9분만에 끝났다. 7~8분 경, 볼을 발 밑에 두고 수비를 버텨내는 코스타의 자세가 어딘지 어정쩡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드리안 로페즈가 코스타를 대신해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태반 치료까지 받으면서 출전 의지를 불태웠지만, 9분만에 교체되어 나오는 디에구 코스타. (출처=www.eurosport.com)


    경기 전에는 '코스타 없이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왜 선발 출전시켰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10분도 채 안된 시간에 허비해야만 했던 한 장의 교체카드는 결론적으로 ATM의 발목을 잡고야 말았다. 연장 전반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후안프란을 교체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장전에 나온 레알의 세 골 모두 ATM의 우측면, 즉 후안프란 쪽을 무너뜨리면서 얻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코스타에 허비한 한 장의 교체카드는 상당히 아쉬웠다. 9분만에 접은 시메오네 감독의 모험수는 결국 대역전패의 복선이 되고야 말았다.



    승부처2-과감한 전형 변화를 선택한 카를로 안첼로티.


    1-4로 대패했다고 해서 아틀레티의 졸전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ATM 선수들은 계속해서 레알 선수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간혹 산발적인 역습과 날카로운 슛이 있기는 했지만, 레알 선수들은 전반전 내내 상대 진영으로 제대로 넘어가지도 못했다. 특히 사비 알론소를 대신한 사미 케디라는 거의 아무 것도 못했다. 케디라가 부진하면서 앙헬 디 마리아나 루카 모드리치가 그때그때 내려와서 풀어주어야만 했고, BBC 트리오는 전방에서 고립된 채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교체투입 직전의 마르셀루와 이스코. 개인적으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어서, 안 좋은 화질에도 불구하고 캡처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 초반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자 안첼로티 감독은 채 60분도 안 된 시간에 두 명의 선수를 동시에 투입했다. 부진했던 케디라를 빼고 이스코가 중앙 미드필더로 들어가면서 전형도 바뀌었다. 디 마리아가 왼쪽 윙어로 빠지고, 모드리치와 이스코가 중원을 구성하면서 4-4-2로 포메이션이 바뀐 것이다. 이것도 상당한 모험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애초에 안첼로티 감독이 4-3-3을 들고 나온 것은 ATM이 4-4-2를 즐겨 쓰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드 숫자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서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ATM 선수들의 압박이 워낙 거칠고 빠르게 들어왔기 때문에 수적 우위를 살릴 수 없었고, 이것이 케디라의 부진과 겹쳐 오히려 중원 양쪽에 배치된 디 마리아와 모드리치가 윙포워드와 양 풀백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윙 포워드가 고립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즉시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술 변화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프라인도 제대로 넘어가지 못하던 레알은 좌측면을 중심으로 조금씩 돌파구를 찾아갔다. 연장전에 접어들어 ATM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고 특히 후안프란이 제대로 뛰지 못하게 되자 디 마리아와 마르셀루는 더욱 펄펄 날았다. 가레스 베일의 역전골은 사실 디 마리아가 90퍼센트는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쐐기골은 교체투입된 마르셀루가 가져갔고, 마지막 페널티킥은 지칠대로 지친 ATM 수비수들이 호날두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내주고 말았다. 



    베일의 결승골.(출처=www.eurosport.com)


    2013년 가을에 시작해,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2014년 5월에 끝난 유럽 축구는 결국 레알 마드리드의 숙원, '라 데시마' 로 끝났다.(아, 같은 날 QPR의 승격도..) 연장 후반, 내리 터진 세 골을 보면서 코 끝이 찡했다. 골을 넣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고, 다리가 풀리는데도 계속 뛰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도 다리를 뻗었다가 PK를 내 주고 마는 장면들 앞에서 묘한 감정도 들었다. 결승전이라서 더더욱 절실했던 두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축구에서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게 마련이다. 승자는 승자대로 기쁨의 눈물을, 패자는 패자대로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이들의 눈물은 항상 감동적이다. 솔직히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에버노트에 경기 내용을 써 내려가는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고, 심장 박동도 점점 거세진다. 과한 감정 몰입일까. 글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도 축구를 보는 '맛'이라는 점이다. 이제 곧 월드컵이다. 정반대의 시차 탓에 잠이라곤 도저히 잘 수 없을 이번 월드컵에서 이 맛을 또 느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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