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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두아르도]최강희 감독의 일침과 심판의 권위에 대한 짧은 생각.
    LEAGUE NEWS/ASIA & OCEANIA 2014. 3. 28. 11:54

    3월 26일 저녁, 전북 현대 모터스가 포항 스틸러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경기에서 전북이 1-3으로 역전패당했다. 포항은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로 돌아서게 되었고, K리그 클래식 1강이라던 전북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주심의 판정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기에서 패하는 일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일관성 없는 판정이 경기 흐름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그 이유를 전반 5분 페널티 킥 판정에서 찾았다. 포항에 보상 판정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관성 없는 휘슬 한 번으로 한 경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프로연맹)에도 일침을 가했다. 프로연맹은 인터뷰에서 경기에서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부정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감독은 할 말은 해야겠다며 나섰다. 이런 규정을 두었음에도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누구의 발전을 위해 만든 규정인가?"라며 따졌다.

     

    주심의 판정과 관련된 시비 문제는 K-리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주심이 선수를 헷갈려 엉뚱한 선수를 퇴장으로 내보내는 일도 있었다. 월드컵에서는 같은 선수에게 3장의 경고 카드를 내민 사례도 있다. K-리그라고 오심률이 높고 EPL이라고 오심률이 낮은 것은 분명히, 아니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K-리그의 심판과 판정에 대한 최 감독의 발언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라운드의 경찰, 심판

     

    축구는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채점식 종목이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예술적인 골을 넣어도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은 골을 넣었는지로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사실상 어떠한 윤리적 강제도 없다. 다이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어도 일단 키커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는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가 주어야 한다. 승부 때문에 지나치게 경기가 비열해지는 것도 사실 가능하다.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의 감시자와 집행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심판은 그라운드의 경찰이나 다름없다. 한 사회의 안녕과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이 존재하는 것처럼, 승리 지상주의의 과열로 인해 선수가 부상 등의 불상사를 당하지 않도록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심판이다.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면, 곧바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게다가 경찰이 사사건건 시민의 삶에 간섭한다고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전역의 광장이란 광장은 모두 촛불로 뒤덮힐 일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보상 판정이라는 부분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공권력 남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축구 경기에서 차지하는 심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고 무겁다.

     

     

    심판의 권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이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에 걸맞는 힘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찰에 최소한의 강제력도 없다면 치안 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판의 권위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프로연맹이 인터뷰에서 심판 관련 언급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둔 것도 심판과 판정의 권위를 위해서다.

     

    그러나 명예와 권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프로연맹의 입장은 정당성이 떨어져 보인다. 최 감독이 비난한 규정은 프로연맹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규정의 제 3장 (경기) 제 36조 5항이다. 여기에 따르면 인터뷰에서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된 부정적 언급이나 표현을 할 경우, '프로축구(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제 7장 제 17조 1항)'로 간주되어 그에 준하는 제재를 받는다. 이를 두고 한 기사에서는 '심판 판정을 존중하기 위해서 감독과 선수의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권위'라는 말은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심의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경기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 나아가 팬들이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판정을 내려 주면 된다. 판정 시비가 일 때마다 제기되는 '심판 자질론'의 본질은 이것이다.

     

    나아가 생각해 보자.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발전을 위한 문제 제기의 통로까지 막는 모습은 축구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최 감독의 발언에서 단어 한 두 개만 바꾸어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학생이 학교의 부당함을 지적하면 징계를 받는다. 교인이 종교단체의 부조리를 비난하면 '믿음이 부족한 자'가 된다. 최 감독의 일침이 뼈아픈 것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축구계에서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 본 블로그는 축구팬의 완소앱, [오늘의 K리그] 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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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쓰는 남자, 더 풋블러!